서부교욱지원청 중등 사서 독서모임(5월) “도탐” 주제: “가족” 관련 도서 서평쓰기
가족애 속에서 자란 작가의 성장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불광중 사서 김미경
‘싱아’가 무엇일까요? 독자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궁금증이 들 것입니다. ‘싱아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요즘 누가 풀을 먹나요? 그런데도 누군가 풀을 다 먹었다면 그건 가난 때문이거나 약초를 만들기 위해서이겠지요. 작가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북한)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서울 ‘무악재’ 근처의 현저동으로 이사를 옵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교육열이 대단하여 남편을 잃고 홀로 일을 하면서 아들딸을 학교에 보냅니다. 박완서 작가 역시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합격합니다. 그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한달 다니다 중퇴하지요. 아들과 딸을 낳았지만 남편과 아들은 작가보다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처절한 삶의 고뇌를 작가는 마흔살이 되어 이 세상에 소설로 드러냅니다. 그 결과 작가의 작품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릅니다. 대표작으로 <엄마의 말뚝> <미망> <그남자네 집> <그여자네 집> <나목> <꿈꾸는 인큐베이터> <친절한 복희씨> 등 셀 수 없이 많다. 작품들이 쉽게 잘 읽히고 시대의 아픔이 함께 반영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고 특히 작가의 가족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작품마다 잘 승화되어 나타난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웅진지식하우스’에서 1992년 초판 발행하여 2007년에 삼판 6쇄를 찍었으니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312쪽까지이며 314쪽부터 343쪽까지는 김윤식 교수의 작품 비평글이 실려 있다. 19cm 크기로 아담하여 갖고 다니며 읽기에도 편하다. 작품 내용은 작가를 대변하는 주인공‘나’의 어린시절부터 한국전쟁 발발 후 피난을 현저동으로 떠난 그 상황까지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의 후속편은 <그 책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이다. ‘나’가 장손의 자식으로서 할아버지에게 사랑 받은 이야기부터 아빠가 죽고 엄마의 교육열로 서울로 나와 숙명여고에 합격한 이야기 등과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대가족인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부부, 숙부모, 오빠 등의 이야기가 ‘나’의 시야에서 그려지고 있다.
‘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공일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씩 읽는 건 내 어린 날의 찬란한 빛이 되었다.”(p.158)는 부분과 “독서가 내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에서 붕 떠올라 공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재미였다면 새로운 독서체험은 현실을 지긋지긋하도록 바로 보게 하는 전혀 새로운것이었다.”(p.210) 는 부분이다. 서술자이자 작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인물 ‘나’는 성장기의 시대적 아픔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가까이 하였다는 면이 가장 큰 특징으로 드러나 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배경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섬세하고 자세한 표현에 있다. 한 개인의 삶이지만 독자가 그 삶에 기꺼이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여유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면이 있다면 대화가 거의 드러나 있지 않고 상당한 분량이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면이 극적 효과를 기대하는 독자에게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술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꼭 필요한 내용이라서 전체적으로 놀랍도록 정교한 표현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그 표현 덕분에 독자는 ‘나’가 되어 그 시대를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공감하는 기회를 맛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각박한 현대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동심을 찾거나 순수한 인간애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시대 상황을 문학 안에서 엿보고 싶은 사람, 박완서 문체의 진수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가족애의 끈끈함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