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자들>의 상상력
배미주, 창비, 2016.
불광중 사서 김미경
소설가의 독특한 상상력은 독자를 기원전 세계로 이끈다. 역사적 진실과 고증을 힘입지 않고는 써 내려가기 어려운 작품이다. 우리 일상의 구슬과 종이와 목숙(목초)이 어떻게 우리 나라에 들어왔는지 그 근원을 찾아 나서는 상상력은 수천 년 된 칡덩굴보다 더 질기다. 독자들은 <바람의 사자들>을 여는 순간 거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을 지도 모른다. 때론 바다에서 때론 사막에서 때론 넓은 목초지에서 독자는 헤맬지도 모른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독자에게 신선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 것이다.
<바람의 사자들>은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자야의 구슬> <사마르칸트의 제지장> <감보와 알지>가 그것이다. 세 이야기 모두 이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와 연결이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당나라, 한나라, 흉노가 사는 공간 등을 배경으로 하지만 모두 신라, 고구려, 한반도로 이어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고대 인도네시아 섬나라에 살던 ‘이자야’가 유리구슬의 장인이 되어 신라로 건너와 공주 유연과 사랑한 이야기, 사마르칸트에서 당나라 소년 ‘모루’가 종이를 만들어 내어 위기를 극복해 종이 장인이 되는 이야기, 한나라 소년 소녀 ‘감보와 알지’가 흉노족 삶에서 말을 다루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서역과 교역하는 중에 전해진 ‘목숙(목초)가 한반도 까지 퍼진 이야기 등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작가 배미주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으며 <싱커>의 작가이기도 하다. 거대 상상력으로 미래의 지구를 이야기한 <싱커>에 비한다면 <바람의 사자들>은 기원전 시기로 넘어가기 때문에 과거로의 여행이 될 수 있겠다. 그 과거가 단순한 시간의 이동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물이 어떻게 해서 여기에 있는지를 이런 저런 역사적 끈을 캐릭터로 창작하고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이런 상상력은 풍부한 세계 여행이나 역사 공부 등을 통해 매일 노력한 작가 배미주의 구슬땀의 결과일 것이다.
<이자야의 구슬>에 “만남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만난 것을 보지 못한다.”(p.52)부분이 나온다. 이자야 내면에서 부처가 해주는 말이기도 하고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사마르칸트의 제지장>에서는 “이 몸뚱이가 내 나라예요.”(p.75)라고 말하는 모루의 말에서 애국의 의미를 독자는 새기게 될 것이다. <감보와 알지>에서 알지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 알지는 포효를 한다. 그러다 천신에게 기도를 올린 후 들판의 풀꽃이나 상처 입은 짐승을 아버지라고 믿고 소중히 여긴다.(p176) 바투르가 알지를 짝사랑 하면서 고통이 죄의 대가가 아니라는 것(p188)을 깨닫는 부분에서 독자는 작가의 번뜩이는 삶의 경륜을 발견할 것이다. 감보가 만난 ‘영혼의 형제’(p202)는 또 어떤가. 알지와 감보가 서로의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만났을 때 서로에게서 자신감과 확신 혹은 빛(p216)을 알아보는 부분은 주인공을 독자와 일치시키고 나아가 독자에게 삶의 거룩함과 생기까지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이 작품은 상상력과 삶의 존재 의미까지 생각하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 반면에 어디선가 익숙히 접해본 듯한 사랑 이야기는 애절하다기보다는 작가가 그리는 환상의 세계가 아닌가 싶은 점이 단점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성장하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먼저 광활한 중국 대륙을 말 타고 달려보는 기백과 죽음을 뛰어 넘는 용기와 조국애 및 인간애와 사랑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어도 한참 동안 영상이 남아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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