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호밀밭의 파수꾼 서평

김데레사 2019. 5. 27. 15:19

성장기 교육의 의미와 순수에 대한 열망

사서 김미경 데레사

 

*서지사항 : <호밀밭의 파수꾼>J.D.샐린저 지음;이덕형 옮김; 문예출판사. 2018.

   샐린저의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은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아버지에게 공포를 느끼는 자녀나 가출 혹은 자살 충동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책은 좀 어려운 편이다. 줄거리나 사건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여행에 비유하자면 기차나 버스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혹은 그 지역에 단기간 거주하면서 삶을 들여다보고 살펴보며 호흡하는 식의 여행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굉장히 섬세하고 지엽적인 이야기들이 대롱대롱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쉽게 지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슬로우 시티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인물들과 함께 살아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J.D. 샐린저는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고독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교육열 강한 부모님 영향으로 홀든 콜필드와 비슷한 청소년기를 거쳤다. 그러다 뉴욕대학도 퇴학을 당하고 단편쓰기에 몰입했다. 그의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을 윌리엄 포크너는 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나 보다. 이혼 소송을 당한 후에 외부 사회와 관계를 끊고 은둔했다고 한다. 작가의 일생과 작품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삶이 어딘가 비슷한 것 같다.

성장기에 교육이 왜 중요한지 이 작품에 들어 있다. “학교교육은 자신의 진정한 용량을 알게 되고 거기에 따라 자기 머리를 활용하게 되지.”(280)라는 부분은 학교 교육의 긍정을 이야기한다면, 제임스 캐설을 자살로 몰고 갈 정도의 일이 있어도 학교에서 고작 퇴학 처분만 하는 부분이나 오직 학교 성적만으로 퇴학을 결정하는 부분에서는 뭔가 학교교육의 오류가 있음을 말하고 있음직하다. 홀든 콜필드가 타락의 길 특히 죽음을 선택하려는 경향으로 기울어질 때 엔톨리니 선생님이 그 아이를 돌봐주는 장면은 아이의 오해와 미성숙함과 대조되면서 감동을 준다. 그리고 제임스 캐설이 죽었을 때 오직 엔톨리니 선생님만이 그를 안고 보건실로 향한 부분도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또 한편 작품의 결미 부분에서 인간의 가장 숨기고 싶은 본능중 하나인 성욕에 대한 부추김을 낙서로 표현한 부분을 반복하여 제시하는 장면에서 캐릭터의 순수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창녀로 나오는 서니와의 하룻밤 안에도 순수에 대한 결벽증 같은 것이 드러나 보인다.

   이 작품의 제목과 연관된 구절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린 때는 저희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데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 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256)은 독자의 마음을 어린 시절로 되돌리는 아련함이 있다. 누군가에게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오는 파수꾼이 우리 모두에게 있어 준다면 어떨까? 그걸 믿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볼만하지 않을까? 그 파수꾼이 어쩌면 우리 내면 안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가 정말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달려 나와 우리를 붙들어 줄 것만 같다. 혹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파수꾼이 되어주기 위해 잘 살피며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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