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러기는 차갑다』
불광중 사서
김미경
이 책은 동시집이다. 그래서 제목부터 선득거린다. 촉감이 느껴진다. 시인 안도현은 이 동시집을 벌써 세 번째 내는 것이라고 한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 <연어> <관계>등도 있다. 그는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의 시집이 있다. 동시집으로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이 있다. 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2016년에 출판되었다.
동시는 어린이만 읽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쓴 시를 어른도 읽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잃어버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찌릿찌릿 울고’(9편) 2부 ‘하늘만 푸르고’(10편) 3부 ‘손바닥에 달을 감췄다가’(8편) 4부 ‘누가 오나 가나’(9편) 5부 ‘노래나 불렀게지’(10편)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일상의 삶 안에서 느끼는 동심이 나온다. 2부는 자연과의 교감이 두드러진다. 3부는 캐릭터가 주로 주인공이다. 4부는 언어놀이가 드러나 있다. 5부 역시 자연 동식물 등을 통한 스토리가 들어 있다. 이 동시집에 등장하는 캐릭터, 동식물, 자연 등을 살펴본다. 여치, 새, 나무, 상자, 엄마, 할머니, 고물장수, 눈, 고라니, 고드름, 텃밭, 기러기, 귀, 뿔, 봄비, 목련, 아가, 연못, 숲, 우리집, 다슬기, 이슬비, 잠자리, 콩밭, 망아지, 어른, 조롱박, 돼지들, 토란잎, 생쥐, 하마, 토끼, 호랑이, 들쥐, 옥수숫대, 억새, 매화, 강아지, 버들치, 오소리, 벼룩 등이다.
벼룩들이 아슬/아슬 나무토막 타고/떠내려가고 있었어// 강둑에 사는/오소리가 발견했지/단숨에 뛰어들어 구해 주었지/가여웠던 거야 아등바등 매달린 벼룩 와글와글 떠드는 벼룩/피둥피둥 살찐 벼룩 호리호리 마른 벼룩/오들오들 떠는 벼룩 열이 펄펄 나는 벼룩// 오소리는 나무토막 물고/발뒤꿈치 들고 조심조심/강둑 밑 굴속으로 돌아왔어// 굴속이 어두워/동그란 두 눈에 불을 켰지/오소리 두 눈에서/푸를 불빛 노란 불빛 흘러나왔지//물에 젖은 벼룩/입김 불어 곰실곰실 말려 주고/뚱뚱 벼룩 밑에 깔린/납작 벼룩 꺼내 주고/발길질에 차인 벼룩/일으켜 주고 세워 주고// 오소리는 벼룩들을/아기처럼 안고 잤지/벼루들은 오소리 털을/이불처럼 덮고 잤어//오소리 품에/새근새근 자던 벼룩/드렁드렁 코 골던 벼룩/한밤중에 배가 고파/살금살금 파고들었어/오소리 살 속으로/파고들었어// ‘오소리와 벼룩’ (p.88)부분-하략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오소리와 벼룩’이다. 앞에서 많은 캐릭터와 자연현상 등이 등장하며 동심을 불러일으키다가 마지막에 이 작품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선물한다. 오소리와 벼룩의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독자는 궁금할 것이다. 모두 10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긴 동시이다. 그 안에 옹기종기 담긴 재미는 독자에게 미소를 짓게 할 것이다. 시인은 현미경적인 상상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다 작고 외면당하는 존재를 크고 중요한 존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일상의 삶 안에서 혹은 자연의 신비 안에서 공존하는 생명체를 끌어안고 시를 써낸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시심은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힘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중간에 드러나는 ‘아리아리’(p64)등의 시는 언어유희를 드러내어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 동시집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싶은 독자들이다. 어른이 되어서 잊혀가고 있는 순수한 동심을 회복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추천한다. 시심을 기르고 싶은 어린이 독자에게도 이 책은 그지없이 행복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한 편 한 편 암송하듯 마음 안에 품고 외운다면 무언가에 힘들 때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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