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시인은
시인은 시를 근심할 뿐이다
정치를 근심한 이후에도
정치는 저희들의 똥을 뭉개고 저희들끼리 헹가래를 친다
시인은 정치를 근심하기 이전에 이미 정치가이므로
시를 근심할 뿐이다
시인은 시를 행위할 뿐
깨진 환경을 근심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샛강은 썩고 소는 비닐을 낳는다
근심할 시간이 없을 때
근심을 뚫고 즉각 행위여야 하므로
시 이전에 이미 행위여야 하므로
시인은 스스로를 근심할 뿐
자신의 무지와 우둔과 속됨과 거지 근성을 근심할 뿐
시가 시가 아닌 것을 노닥거릴 때
시가 사랑이 아닌 것을 노닥거릴 때
단 것을 먹어 이가 삭듯
기교도 없이 노닥거릴 때
이미 치욕은 아픈 목구멍을 지지라고 뜨거워진다
시는 이미 무위를 넘어가는 행위여야 했으므로
행위를 넘어가는 무위여야 하므로
깨지는 얼음장 위를 달려서 너에게로 가는
전속력이어야 하므로
-장석남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42-43쪽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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