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장석남의 시 '시인은'

김데레사 2017. 2. 8. 20:47

장석남

시인은

 

시인은 시를 근심할 뿐이다

정치를 근심한 이후에도

정치는 저희들의 똥을 뭉개고 저희들끼리 헹가래를 친다

시인은 정치를 근심하기 이전에 이미 정치가이므로

시를 근심할 뿐이다

 

시인은 시를 행위할 뿐

깨진 환경을 근심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샛강은 썩고 소는 비닐을 낳는다

근심할 시간이 없을 때

근심을 뚫고 즉각 행위여야 하므로

시 이전에 이미 행위여야 하므로

 

시인은 스스로를 근심할 뿐

자신의 무지와 우둔과 속됨과 거지 근성을 근심할 뿐

시가 시가 아닌 것을 노닥거릴 때

시가 사랑이 아닌 것을 노닥거릴 때

단  것을 먹어 이가 삭듯

기교도 없이 노닥거릴 때

이미 치욕은 아픈 목구멍을 지지라고 뜨거워진다

 

시는 이미 무위를 넘어가는 행위여야 했으므로

행위를 넘어가는 무위여야 하므로

깨지는 얼음장 위를 달려서 너에게로 가는

전속력이어야 하므로

 

-장석남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42-43쪽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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